[인터뷰] 현실판 '해리포터 호그와트 마법학교' 초대 교장 하태욱 교수
[안성=뉴시스] 박종대 기자 = 지난 1일 경기도교육청이 야심차게 미래교육을 선도하겠다는 목표로 개교한 '신나는 학교'가 문을 열었다.
옛 안성 보개초등학교 터에 자리를 잡은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신나는 학교'는 추진 초기 일명 '해리포터학교'로 이름이 붙여졌다.
'해리포터' 영화 속에서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 '호그와트 학교'처럼 학생들이 기숙사에서 공동체 생활에 참여하며 각자 지닌 능력을
개발하는 학교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초대 학교장에는 우리나라 대안교육 분야에서 손꼽히는 학자이자 권위자로 정평이 난 하태욱 전 건신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임명됐다.
그는 최근 ‘신나는 학교’ 교장공모를 통해 이 학교 초대 학교장으로 부임했다. 학자의 길에서 잠시 내려와 현장에서 몸소 발로 뛰는 실천가로
변신하게 된 셈이다. 하 교수가 이러한 소식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직접 그의 게시글을 공유하면서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하 교수는 개교를 나흘 앞둔 지난 달 25일 뉴시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학교 운영방향을 묻는 질문에 “‘세상에 없던 학교를 만든다’는 게
기본 컨셉”이라며 “가장 핵심은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날(지난달 24일) 오리엔테이션도 학생들이 계획하고
계속 '줌'(화상회의 앱)으로 만나서 학생들이 준비하고 기획했다”며 “선생님들은 약간의 보조적인 역할 또는 행정적으로 필요한 것들만 지원해주고
아이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준비하고 진행했다”고 강조했다.
‘신나는 학교’는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6년제다. 첫 선발된 학생 수는 총 30명(남학생 6명·여학생 24명)이다. 하지만 이 학교에서
학년과 학급은 큰 의미가 없다. 무학급·무학년제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이른바 ‘짝샘’으로 불리는 멘토교사와 함께 반을 이뤄 자유로운
형태로 수업에 참여한다. 일반 중등학교 교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수업시간표에 적힌 국·영·수 중심의 교과 체계로 교육이 진행되지 않는다.
학생 스스로 자신이 배울 교육과정을 서로 간 토론을 거쳐 정한다.
하 교장은 “아이들이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대로 교육과정을 만들게 돼 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이 수업도 기획한다는 점이 기본 원칙”이라며
“다만 아이들이 제시하는 내용이 각 시기마다 필요한 교육과정을 발달단계에 따라 모두 충족할 수는 없기 때문에 그런 측면에서 선생님들이
각 연령대에 맞는 교육과정을 보완해주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학교는 전통적인 국·영·수 이렇게 수업시간표를 짜지 않고, 가령 ‘인류의 지혜’, ‘자연의 발견’ 등 저희만의 교과명을 쓴다. 이런
관점에서는 대학생들보다 훨씬 더 학생 주도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대학생들도 사실은 교수님들이 개설해놓은 수업을 선택하기 때문”이라며
“저희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어떤 주제 안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울 것인가를 고민하는 더 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이뤄지는
탐구식 학습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하 교수가 이러한 대안교육에 관심을 갖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더 이상 전통적으로 해왔던 교육으로는 아이들을 키워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다변화된 사회에 맞는 새로운 교육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 교장은 “우리는 보통 학교가 고정돼
있고, 절대 안 변한다. 그런데 그렇게 고정된 것을 떠먹을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미래사회는 계속 새로운 것들의 연속이다. 가령 우리는
10년 전에 예측한 것들이 지금 하나도 들어맞지 않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렇게 계속 변화하는 시대에 진화하면서 적응해나가는 학교가 바로
미래학교”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미래학교 속에서는 내비게이션처럼 시키는 대로 가는 학생보다는 맨 몸으로 널빤지 한 장 갖고 바닷속에 뛰어들어서 새로운 파도를
넘어 서핑을 탈 수 있는 법을 알려줘야 한다”며 “우리는 아이들에게 계속 얕은 파도부터 서핑을 해보는 경험들을 가져갈 것이고 이 아이들이
어떻게 서핑을 타왔는가, 어떤 파도를 어떻게 타왔는가를 잘 기록해서 그것들을 담아내는 평가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결국 그것이 이 아이들의 자연스런 포트폴리오가 되고, 미래사회는 대학들도 그런 포트폴리오를 가진 아이들을 뽑을 수밖에 없을 거고,
국내 대학이 안 뽑는다면 해외 대학이 뽑을 거고, 꼭 대학을 가지 않더라고 이미 그런 포트폴리오를 가진 아이들이라면 자기의 필요한 인생을,
삶들을 개척하면서 살아갈 것으로 믿는다”며 “제기 이전에 연구해왔던 세계 대학이나 청년들의 진로 같은 것들을 보면 이미 그런 방식으로 우리
사회가 나아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선택권은 학교 공간을 조성하는 데도 반영됐다. 새롭게 개교한 학교이지만, 학생과 교사가 직접 학교 공간을 꾸밀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하 교수는 “작년 하반기에 ‘미리 신나는 학교’ 프로젝트를 미리 파일럿 형태로 진행하면서 당시 참여했던 학생들과 교육과정에 따른 공간 구성을
해보자고 했다. 우리가 보통 신규 학교를 만들면 교육청에서 학교 리모델링을 전부 하는데 정작 아이들과 선생님들이 원했던 공간과는 거리가 멀다”
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 문제들을 방지하기 위해 저희가 공간 구성도 함께 한 것이고, 교육과정들도 ‘미리 신나는 학교’ 프로젝트를 통해 한 번 파일럿으로
올려본 것”이라며 “그 파일럿 역시 고정된 것이 아니라 진화하면서 수정·보완, 계속 만들어가는 학교로 구성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숙형 공립 대안학교인 만큼 학생 모집도 꼼꼼히 진행됐다. 서류 심사와 심층 면접 및 팀 프로젝트 등 면밀한 과정을 거쳐 서른 명의 학생이
뽑혔다. 이들은 2인 1실로 쓰는 기숙사 방 배정부터 학교에서 배울 교육과정을 서로 소통과 토론을 통해 하나둘씩 해결해나가고 있다.
하 교수는 “공동체에서 굉장히 밀착해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기숙학교로, 물리적으로 통학하기 멀기 때문에 단순히 머물 공간을 주자는 개념이
아니”라며 “공동체 자체가 교육과정으로 함께 공동체를 진하게 경험할 아이들을 선발과정을 통해 뽑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원래 대학에서 이런 미래교육을 연구하는 학자였고, 제가 이론적으로 우리 아이들을 미래사회 주역으로 기르기 위해 이런 교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오랫동안 해왔다”며 “이제 ‘신나는 학교’ 공모교장으로 가게 됐다고 페이스북에 올렸을 때 정말 뜨거운 반응을 엄청나게
받았다. 이를 통해 우리 교육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기를 바라는 우리 사회의 요구가 얼마나 큰 가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신나는
학교’에서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내야 한다는 어떤 책무감 같은 무게감을 느끼고 있고, 전국적으로 많은 교육청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연세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과 교육학을 전공하고 같은 교육대학원에서 국어교육으로 석사학위를 마쳤다. 이후 대안교육에 대한 관심으로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런던대학교 교육연구대학원(IOE)에서 서머힐학교와 민주시민교육을 주제로 석사를 마친 뒤 런던대 킹스컬리지(KCL)에서
영국 대안교육운동사를 주제로 연구했다. '신나는 학교' 교장으로 부임하기 전에는 건신대학원대학교 대안교육학과 주임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출처 : 뉴시스 (https://mobile.newsis.com/view.html?ar_id=NISX20220302_0001778906#_enlip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