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 과정에서 찾는 '행복감'...군서미래국제학교 주목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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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 과정에서 찾는 '행복감'...군서미래국제학교 주목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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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서미래국제학교에서 근무한 지 어언 1년이 다 되어간다. 작년 여름쯤 학교와 인연이 닿아 초등학교 과정 개설 준비를 하면서부터이니, 

짧은 시간 동안 새로운 학교를 준비하고, 시작하고, 운영하는 많은 일을 경험하며 밀도 있는 한 해를 보냈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초·중·고 통합학교 형태의 공립형 대안학교이다. 2021년 3월에 중학교 과정을 시작으로 2022년에는 

초등학교 과정이 개설됐다. 뒤이어 2023년에는 고등학교 과정이 순차적으로 열리는 3개 년의 통합학교 완성계획을 실행하는 중이다.

경기도 1호 미래학교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있다 보니, 내가 미래교육에 대해 꽤 거창한 포부나 계획을 갖고 이 학교에 지원하지 않았겠느냐

 하는 주변의 의심이 있었다. 그에 대한 나의 대답은 항상 같다.

“未來, 이 학교 이름 속 단어가 품고 있는, 아직 오지 않은 가능성의 크기만큼이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미래학교에 대한 이해와 기대의 간극도 

넓었다”는 것이다.

누군가는 ‘미래’를 보고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교육을 떠올리며 지원하였고, 나는 ‘국제’를 보고 다문화 환경, 중국어 교육을 꿈꾸며 지원했다.

이전에 중국에 있는 한국학교에서 근무를 해 약간의 중국어를 할 줄 알게 됐는데, 그래서 이 학교에서 중국권 다문화 학생들과 소통하며 미소짓는 

나의 모습을 자랑스럽게 그려보았던 것 같다.

결국, 어떤 이유 그 무엇도 정답도, 그렇다고 오답도 아니었다. 그렇게 우리학교 교사들은 미래학교에 대한 나름의 상상을 하며 이 학교에 모였다. 

각자 머릿속에 존재하는 미래학교의 모습을 꺼내 서로에게 보여주고, 그것들의 우위를 치열하게 저울질하며, 마지막에는 모두가 합의한 가장 좋은 

것을 집어 들어 학교 교육과정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함께할 아이들을 기다렸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직접 지원해서 오는 학교이기 때문에 나는 안정된 일반 학교를 떠나 미래학교를 선택한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신통방통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다.

군서미래국제학교는 학교 구성원들이 서로 다른 이해와 기대로 모여서 그 이후로부터 지금까지 우리 공동체가 수긍할만한 미래학교와 미래교육의 

모습은 어떠한 것인가를 찾아가는 여정 중에 있다.

이곳에서 나의 미래학교에서의 경험을 나누고자 한다.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일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 여기에서 이루어지는 미래학교의 

시도들이 궁금하신 분들에게 가벼운 힌트라도 드릴 수 있기를 바라본다.

너희들이 '행복한 배움'이 될 수 있길..."학생들과 만들어가는 미래교육"

군서미래국제학교는 공립형 대안학교이다 보니, 학력 인정을 받기 위해 국어와 사회를 기준시수의 50% 이상 편성하기만 하면, 다른 과목들은 자유롭게 

개발·운영이 가능한 자율성이 있다.

또한 1년을 4개의 배움 사이클로 나누는 쿼터제로 학사를 운영한다. 초등학교 과정의 경우, 기본교과(국어, 수학, 사회, 과학)를 분절적으로 수업하지 않고 

교과융합 프로젝트를 쿼터 단위로 진행한다.

나는 올해 6학년 담임을 맡고 있는데, 5~6학년 아이들은 무학년제로 기본교과 융합프로젝트를 함께 한다.

1쿼터 말미에 아이들에게 2쿼터에는 어떤 주제의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지를 물었다. 가장 많이 나온 의견이 유기동물과 멸종위기 동물에 관한 프로젝트를 

다루고 싶다는 것이었다. 5학년 담임선생님과 상의하여 2쿼터 프로젝트로 '인간으로 고통받는 존재들을 위하여'라는 다소 철학적 주제를 정하고, 아이들에게 

프로젝트에서 어떤 활동을 하고 싶은지 조사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미래지향적이고 진취적이었다. 학교 울타리 너머의 유기동물보호센터를 방문하고 동물활동가를 만나고 싶다고 했다. 

어떤 아이들은 유기동물에 대한 캠페인에 도전해보고 싶다고도 했다. 그 외에도 동영상 제작, 미술활동, 봉사활동 등 자신의 흥미를 담은 여러 제안을 하였다.

우리 교사들은 그 의견들을 담아 프로젝트를 함께 디자인했고, 교과별 교육과정을 들여다보며 그 안에 5~6학년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성취기준들을 선별해 융

합하는 작업을 했다.

여차저차 프로젝트는 아이들이 원했던 대로 학교 담장 너머의 다양한 Real world learning을 실현하며 진행되었다.

이 배움의 과정에서 내가 주목했던 것은, 아이들의 행복감이었다.

처음 전학을 와서 절대 모자를 벗지 않는 아이가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고 학생주도 프로젝트 중심의 우리 학교 교육과정에 맞지 않는 학생이라 

판단해버렸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넌 뭐를 하고 싶어?”라는 계속된 질문 속에 조금씩 자기표현을 하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모자를 벗고 예쁜 연갈색 상고머리를 보여주었다.

그 아이는 고양이를 특히 좋아했는데, 이번 프로젝트의 결과물로 동네 길고양이 무료급식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팀리더의 역할을 했다. 여린 마음의 소유자인 만큼 

팀원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고, 말도 친절하게 해서 그를 추앙하는 동생들이 생기기도 했다.

우리 학교가 추구하는 미래교육은 어떤 것일까? 그 실체를 한 번에 월척처럼 낚기란 쉽지 않다. 오히려 이렇게 학생들이 보여주는 작은 변화들, 그들이 만끽하는 

행복감으로 우리의 미래교육 그리기를 조금씩 점검받고 있는 것 같다.

각자가 꿈꾸고 상상하는 미래교육의 모습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논의가 학교라는 배움의 공간으로 들어온 이상, 아이들 안에서 형성되는 배움과 그들의 감정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통해 다음 발걸음의 행로를 잡아가는 것이 옳지 않을까 생각한다.

함께 걷는 길은 외롭지 않아..."동료, 나의 전우님"

어느 날 동료 선생님이 나에게 ‘전우님’이라 칭한 메시지를 주셨다. 이 전쟁통과 같은 학교에서 우리는 동료를 넘어 전우가 되었다는 취지였던 것 같다. 그저 

웃어넘기기에는 ‘전우님’이라는 말에 담긴 진정성이 너무도 무겁게 다가왔다.

내가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동료애가 얼마나 진한지를 자랑할 때 자주 꺼내 드는 에피소드가 있다. 작년 겨울에 있었던 일이다.

우리 학교는 학생들이 직접 선택하고 지원해서 오는 학교이기 때문에 교사들은 당시 학생모집에 전력을 다하고 있었다. 실체가 없는 학교이다 보니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었고, 학생모집이 생각만큼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모두의 결심이 서는 순간, 우리는 한 차를 타고, 한 손에는 전단지 한 움큼, 다른 한 손에는 스테이플러 한 개를 쥐고 학교 주변 아파트로 

향했다. 그렇게 전단지 홍보까지 불사하던 그 날의 비장함이란, 10년 후에도 남을 기억이었다. 전단지를 꽂다가 경비아저씨와 마주쳐 도망가는 사태까지 벌어졌는데, 

심지어 그날은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지금까지 그 추억이 울적하거나 아프기보다는 재미있고 희망적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학교에 개국공신 흉상을 세워주겠다며 서로의 기념사진을 찍어주었던 동료들의 

도닥임이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의 상황은 학생모집의 압박으로 평탄하지 않았지만, 내 기억은 즐거웠던 시간으로 왜곡되어 있다.

우리가 하는 일에 어떤 색채가 입혀지는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일의 여건이나 결과보다는 그 일을 함께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과 나누는 감정과 분위기이지 않을까 

싶다.

2022년 군서미래국제학교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교사들에게 절대 녹록지 않은 일이다. 전 교사가 30여명밖에 안 되는 이 작은 학교에서 미래를 담은 새로운 교육적 시도를 

하는 동시에 초·중·고 통합교육과정 개발과 고등학교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두 개의 큰 프로젝트를 감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은, 학교의 많은 일은 구성원들이 능력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없어서 안 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미래학교를 향한 실험과 시행착오의 여정에서 우리의 전우애가 빛을 발했듯이, 앞으로의 발걸음에서도 그 빛이 꺼지지 않도록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출처 : 교육플러스(e뉴스통신) (https://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66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