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도심 유일 학력인정 대안학교 '청담고등학교'


대안교육의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드립니다.
커뮤니티
소식/뉴스

인천 도심 유일 학력인정 대안학교 '청담고등학교'

대안학교넷 0 921

대입·학업 스트레스는 가볍게 '훌훌'… 친구와 추억 쌓으며 새꿈 찾아 '훨훨'

인천 청담고등학교 3학년 구유진(18)양은 올해 3월 서울의 한 자율형사립고에서 전학을 왔다. 자율형사립고에서 극심한 학업스트레스에 시달리다 1년을 휴학하게 된 유진양은 마음을 치유하면서 고등학교도 졸업할 수 있는 곳으로 청담고를 발견하고 전학을 오게 됐다고 한다.

유진양은 "내신 경쟁이 일반 인문계 학교보다 더 치열한 자율형사립고에 다니다 보니, 당시에는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좋은 대학에 입학하는 것' 밖에 없었다"며 "하루 24시간을 공부나 봉사활동, 교내활동 등 대학 입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채운 탓에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유진양이 청담고로 전학온 지 4개월 정도가 지났다. 길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유진양은 심리적으로 많이 안정됐다고 말한다.

그는 "청담고에서 여러 친구를 만나면서 대학만이 인생 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전에 다니던 학교 친구들에게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청담고로 온 이후 4개월 동안 학교에서 쌓은 추억이 지난 2년보다 더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2014년 미인가 대안학교 첫 인가
정부 교육과정 준수 정규과목 수업
목요일엔 바리스타 등 특별 교육


청담고는 유진양처럼 여러 이유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 공부하는 대안학교다. 최근에는 일반 학교와는 다른 환경에서 교육받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이곳을 찾고 있다고 한다.

청담고는 2009년 '대안학교 청'이란 이름으로 개교한 이후, 2014년 인천지역 미인가 대안학교 중 처음으로 인천시교육청의 인가를 받으면서 지금의 교명을 갖게 됐다.

지난 23일 오후 2시께 인천 연수구 동춘동에 있는 청담고를 방문했다.

다른 학교였으면 조용한 복도에 수업 중인 선생님들의 목소리만 들릴 평일 오후 시간인데, 청담고의 복도에는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의 O.S.T로 가득했다. 기타 소리를 나는 곳을 찾아가 보니 학생들은 강당 한쪽에 모여 교사의 연주에 따라 즐겁게 기타를 치고 있었다.


다른 교실에서는 학생들이 간장 찜닭을 만들고 있었다. 요리하는 학생들의 표정은 수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친구네 자취방에 모여 음식을 만드는 것처럼 즐거워 보였다. 이 학교 2학년 한솔찬군은 "학교 수업을 통해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요리를 배울 수 있어서 즐겁다"고 웃으며 말했다.

청담고는 학생들이 다양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매주 목요일마다 바리스타나 목공예, 천연비누, 캘리그라피, 컴퓨터, 요리, 악기 연주 등의 수업을 한다. 물론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학력이 인정되는 학교라서 여느 학교처럼 정부가 정해둔 교육과정을 준수해 정규 과목 수업도 운영된다.

청담고 이정은 행정실장은 "청담고가 추구하는 기본 교육 철학은 '다양성 존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자신과 맞지 않은 교육제도 속에서 억지로 버텨나가는 학생들이 많을 것"이라며 "다른 욕구를 지닌 학생들이 다양성을 존중받으며 꿈을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교생 40명-교사 8명 '1대1' 상담
학교·선생님에 대한 신뢰 회복 노력
제도권 교육 놓친 아이 지원 충실


청담고는 40여명의 전교생과 8명의 교사가 1대1로 마주하며 진로 등에 대해 고민을 나누고 있다고 한다. 교사들은 학생들과 주기적으로 만나 상담하고, 이를 통해 친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

청담고 맹수현 교장은 "안타깝게도 다니던 학교에서 상처를 받아 우리 청담고에 전학 온 학생들은 대부분 처음에는 학교와 선생님을 불신한다"며 "이 때문에 가장 우선하는 것은 학생이 학교와 선생님에 대한 신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입소문을 타면서 대안학교인 청담고에 관심을 보이는 학부모들도 많다고 한다. 청담고 3학년 권경민(17) 군도 부모님이 이 학교 진학을 직접 추천했다고 한다.

그는 "부모님이 '다른 방식으로 학교생활을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권유해 청담고에 입학하게 됐다"며 "중학교 다닐 때보다 학업이나 선생님과의 관계 때문에 감정적으로 힘든 부분이 줄어들어서 훨씬 즐거운 것 같다"고 했다.

인천에서 학력이 인정되는 대안학교는 청담고와 강화도에 있는 산마을고등학교 2곳에 불과하다. 도심에선 청담고가 유일한 것이다. 이 때문에 청담고 교직원들은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아이들을 대하고 있다고 한다.

맹수현 교장은 "우리 학교에 전학 온 초기에는 눈에 띄게 불안해하던 아이들이 점차 웃음을 되찾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며 "여러 이유로 제도권 교육에서 적응하지 못한 아이들이 올바른 어른으로 사회에 나갈 수 있도록 도심 속 유일한 대안학교의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밝혔다.


경인일보 : http://m.kyeongin.com/view.php?key=20220628010005048